<책 소개>
*“이번엔 누가 읽어볼까?”
TTS는 문자를 소리로 변환해 마치 사람인양 글을 읽어주는 기능을 말합니다. 우리말로는 ‘음성합성 시스템’으로 부르는 ‘Text to Speech’의 줄임말입니다.
‘전화 자동안내 서비스’나 길안내 ‘네비게이션’, 그리고 ‘지하철·버스 안내방송’에 이르기까지 TTS 기능은 생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TTS의 ‘책 읽어주는 기능’은 종이책과 전자책의 차이를 가장 뚜렷히 드러냅니다.
그래서 이 책, TTS(Text to Speech) 드라마 ‘울지마라, 똥개야’는 종이책으로는 담아 건넬 수 없는, 전자책 고유의 ‘TTS 드라마’로 기획됐습니다.
물론, 기계가 제 아무리 사람인양 글을 읽어준데도 기계적인 억양은 듣기에 어색합니다.
그런 이유로 전문성우가 녹음한 ‘오디오북’ 형태가 존재하는 거죠.
하지만 오디오북은 눈으로 쫓아 읽을 글이 없습니다. 소리만 담긴 음원인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종이책은 귀에 담을 소리가 없습니다. 인쇄된 문자들은 잉크일 뿐, 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번엔 누가 읽어볼까?”
초등학교 국어시간. 반 친구가 일어나 소리내어 국어책을 읽으면, 그 소리를 쫓아 눈으로 글을 읽던 기억.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의 그 교실은 컴퓨터 운영체제였으며, 일어나 책을 읽는 반 친구는 바로 TTS 엔진이었고, 소리를 들으며 눈으로 국어책 문장을 읽던 우리 모두는 독자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그 풍경이 바로 이 책, TTS(Text to Speech) 드라마 ‘울지마라, 똥개야’의 기획 배경입니
다.
*‘S#’라 쓰고 에스 우물 정이라 읽는다.
시나리오 용어에서 ‘S#’는 ‘씬넘버 Scene Number’를 의미하며 장면과 그 순서를 구분하는 용도로, ‘S# 1.’ 이라 쓰고 ‘씬 넘버 1.’로 읽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 용어를 배우지 못한 TTS는 ‘S#’를 ‘씬 넘버’라 읽지 못하고 ‘에스 우물 정’으로 읽습니다. 하지만 ‘#’는 한자의 ‘우물 정’자가 아니라 숫자 앞에 붙여 고유 번호를 나타내는 숫자 기호입니다. 그래도 한자는 배웠는지 ‘#’를 ‘우물 정’으로 읽으니 기특하기는 합니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책 본문의 시나리오 용어들은 TTS 해독을 위한 풀이말과 본디 용법을 ‘S# (씬) 1’, ‘CA. 카메라’등으로 함께 사용했습니다. 시나리오 용법의 원칙은 갖추면서, 유연한 TTS 활용을 위함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목차는 모두 9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본디 극본에는 목차나 차례를 두지 않습니다. 그래도 편의를 위해, 책갈피에 단풍잎 꽂듯 나름의 목차를 두었습니다.
*그 모두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TTS 기능을 켜고 음성을 따라 눈으로 문장을 쫓거나, 기능을 끈채로 정독을 하거나, 아니면 기능을 켠 채로 듣기만하거나 그 각각은 상황따라 달라도 좋을 선택입니다.
그러면서 만나질, 말하기도 듣기도 민망하기 그지 없는 ‘똥개’라는 단어가 그럼에도 가슴 한켠 그대를 위무하고 응원하는 ‘따뜻한 곁’이길 바랍니다.
드라마 극본은 소설처럼 술술 읽어내거나 시처럼, 내재된 은유를 곱씹어 음미하는 장르가 아닙니다. 영화·드라마 시나리오는 그 태생이 영상을 예비한 설계도인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등장인물의 지문과 대사와 장소와 상황 설명 모두는 문장을 깨고나와 눈앞에 살아움직이는 홀로그램에 다름 아닙니다.
그것이 드라마 극본의 가장 남다른 특징이며, 고유한 차별성입니다.
TTS 기능을 빌어 기획한 이 책, TTS(Text to Speech) 드라마 ‘울지마라, 똥개야’의 쓰임새가 이 글을 읽는 그대 시간에 한 뼘어치라도 보탬되길 기원합니다.
<서평>
TTS드라마 ‘울지마라, 똥개야’의 종이책과 차별화된, 전자책만의 기능을 겨냥한 기획 의도가 새롭다. 물론 독자들은 이미 TTS 기능으로 소설책을 듣고 있으며, TTS의 어색한 기계음과 비교되지 않는, 전문 성우 녹음의 ‘오디오북’도 존재한다. 하지만 ‘TTS드라마’를 부제 로 달고있는 ‘울지마라, 똥개야’는 흔히 접하는 장르가 아닌, 드라마 극본을 TTS 음성으로 들려준다.
드라마 극본은 문장과 구성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일반적 장르와 다르게, 등장인물마다 행
동을 지시하고, 대사를 부여하며, 장소와 상황 배경을 배정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결과물은 영상이다.
때문에 TTS 기능으로 소설을 듣는 것이 문장을 듣는 것이라면, 드라마 극본을 듣는 것은 일종의 대본리딩(read through)인, 영상을 읽는 것이다.
TTS드라마 ‘울지마라, 똥개야’에서 똥개는 주인공 ‘하여둔’일 수 있고, 사회 구성원의 약자를 짚는 단어일 수 있다. 비록 자신은 피해를 봐도 타인에겐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그래서 만만하고, 그래서 주목받지 못하는 주인공. 그리고 또 그런 주변인물들의 일상 풍경은 밋밋하다. 사실, 사건 사고로 언론을 요동치게 하는 것은 경제적 부를 누리는 자와 권력을 쥔 자들이며, 묵묵히 오늘을 사는 대다수 우리네 삶의 풍경은 밋밋하다.
그럼에도 주인공 하여둔과 그 주변 인물들의 하루살이는 외줄타기 마냥 조마조마하다.
누구라서 빨간구두를 신고 출근해봤으며, 몽당 넥타이를 메고 사무실 문을 열어봤겠는가.
설사 그랬더라도 얼마나 많은 내가 나를 만나서 오늘을 살 생이겠는가.
그러니 울지 마라, 똥개야.
<목차>
-나누는 글
-지은이 자기소개서
-에피소드 01 퍼머먼트 북어대가리
-에피소드 02 남자가 빨간구두를 신을 때
-에피소드 03 달팽아, 네 등껍데기는 집이니, 짐이니?
-에피소드 04 드러워서 피하냐 무서워서 피하지. 드럽게 무서운 세상
-에피소드 05 비상구 없는 비상구
-에피소드 06 수동식 자동우산
-에피소드 07 술 마시는 몽당 넥타이
-에피소드 08 얼마나 많은 내가 나를 만나서
-에피소드 09 울지마라, 똥개야
<지은이 자기소개서>
*시 쓰는 생이고자 청년기를 소비하던 글발로 KBS에서 글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문화다큐멘터리 '한국의 美', 휴먼다큐멘터리 '현장기록 요즘사람들', '집중기획'류의 방송 다큐멘터리 작가로 살다가 그 관성대로 방송영상물을 제작하는 독립제작사를 꾸렸습니다.
지금은 홀로 방송 기획, 연출, 촬영하고, 편집하고 원고 쓰는 고독한 다큐멘터리스트로 살고 있습니다.
*더불어, 시 쓰는 생이고자 했던 청년기의 빚갚음 하나로 출판사, '채널비'를 열었습니다.
*누가 물으면 '수학, 숲으로 가다', '생명, 하논분화구를 묻다', '동양 최초의 유량악보, 정간보', '등꽃아이', '배탈마왕 꾸르륵', '감기마녀 에취뿅' 등등을 제작하고 썼다고 말합니다.
*또 누가 물으면 방송 다큐멘터리 제작 경험과 글밥 먹고 산 이력을 한데 무친 전자책. 그 상차림 한상, 세상에 건네고 싶다 말합니다.